日혼다, 중국 부품 공급망 따로 떼낸다

입력 2022-08-25 17:22   수정 2022-09-23 00:01

제조강국 일본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 업계가 글로벌 생산 체제를 중국과 중국 이외 지역으로 이분화하는 블록화 전략에 착수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경영활동의 핵심 리스크로 떠오른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기업들이 생존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혼다가 세계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을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25일 보도했다. 혼다 관계자는 “이달 들어 담당 임원들에게 중국을 포함한 공급망 재편 검토 지시가 내려왔으며 다음달 담당자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혼다 “40% 달하는 中 의존도 줄여라”

혼다의 이 같은 방침은 중국에 의존하던 부품 공급망을 동남아시아와 인도, 북미 지역에 있는 생산 거점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별개의 독자적인 생산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에서는 공급망을 재구축해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완성차 생산을 계속할 방침이다.

일본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자국 내 생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홈그라운드’ 전략을 유지했다. 반면 혼다는 일본이 미국과 통상마찰을 벌이던 1982년부터 해외 생산에 적극적이었다.

혼다의 자동차, 오토바이, 엔진 공장 생산 거점은 일본과 중국, 미국, 캐나다, 멕시코, 태국 등 24개국에 분산돼 있다. 혼다가 지난해 생산한 자동차 414만 대 가운데 일본에서 생산된 차량은 63만 대로 전체의 15.2%에 불과했다. 나머지 351만 대는 해외공장에서 생산됐다. 이 가운데 중국 생산량이 162만 대로 전체의 38.8%에 달했다. 미국(83만 대)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혼다의 부품 공급 체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혼다는 차종에 따라 적게는 10%, 많게는 절반가량의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했을 때 혼다는 도요타, 스즈키 등 경쟁사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혼다가 글로벌 생산체제의 부품 공급기지 역할을 하던 중국을 나머지 지역과 분리하려는 이유다.
양자택일 요구받는 日기업의 해법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일본 기업에 블록화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안보법을 확정했다. 외교와 국방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의 편에 설 것임을 분명히 한 조치로 평가된다.

일본 기업들은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요구받게 됐다. 미국이 반도체 등 자국산 핵심 부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중국 제품 수입도 규제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도 복합기 등 정보를 처리하는 제품의 개발과 설계 전 과정을 중국 내에서 진행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이 내놓은 대응책이 미·중 생산체계를 분리하는 블록화 전략이다. 핵심 전자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세계 1위 무라타제작소와 일본 최대 공조회사 다이킨공업 등이 이미 제품 생산체계를 미국 등 서방 국가와 중국의 2개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혼다가 글로벌 생산체제의 블록화를 시도함에 따라 일본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공급망 이원화를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쓰다는 협력업체 200여 곳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을 일본으로 미리 운송해 재고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고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납품업체가 물어야 하는 보관비용 등은 모두 마쓰다가 책임지기로 했다. 생산체제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한때 전기자동차를 해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스바루도 전기자동차 전용공장을 일본에 짓기로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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